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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아! 베트남’ 1] 국군은 ‘민간인학살’ 했나?

월남전참전자회 ‘의혹 제기’… 국방부는 ‘항소’ 재판부는 ‘왜’ 참전자회 증인 배제했나… 의견 대립 强대强 이종섭 국방부 장관 “민간인학살 관련 내용 찾을 수 없어”

2023-05-15     박정우 기자
베트남전쟁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회종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 회장.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2020년 응우옌티탄(여, 63세) 씨는 1968년 한국군이 베트남 민간인을 대상으로 학살을 자행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재판부는 “대한민국 정부가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국방부는 “사실무근”이라 항소했으며,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는 재판 과정에서의 미흡한 부분을 지적했다. 더불어 소송을 제기한 측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2월7일 1심 재판부는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학살 피해 관련 소송에서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박진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우리 군의 학살 행위는 명백한 범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수집된 증거를 토대로 “한국 군인이 베트남 민간인을 강제로 모이게 한 다음 총으로 사살했음이 인정된다”라고 설명했다. 

한국군의 민간인학살 문제는 국내 한 언론과 시민단체가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1968년 당시 파월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1대대 1중대 소속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 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는 것이다.

이후 베트남 현지에서 증언한 응우옌티탄 씨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는 당시 사건으로 상해를 입었던 생존자이자 해당 사건의 유가족이라고 주장했다. 

소송은 52년이 2020년 4월에 제기됐다. 퐁니 마을 피해자들은 2019년 4월 한국을 방문해 ‘사실인정’, ‘사과’, ‘피해회복’ 등을 요구하는 집단청원서를 문재인 정권이 집권하던 당시 청와대로도 제출했다. 文 정부는 해당 사건을 ‘공산군의 위장사건’, ‘민간인학살이 아닌 공산군 협력자 작전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2022년 3월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서도 의견이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에서도 첨예한 문제

‘정의기억연대’는 “정부는 일본군성노예제 책임을 가해국 일본에 요구하면서도 스스로의 잘못은 반성하지 않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였다”라며 “다행히 이번 판결로 한국은 전쟁범죄를 부인하는 일본의 길을 따라가지 않고, 인권국가로 새롭게 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대한민국월남전참전자회(참전자회)’는 “월남참전 전우들과 가족들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됐고, 국제법상 관례를 깬 이례적 판결이 나왔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조봉휘 참전자회 조직국장은 일요서울 취재진에게 “민간인 학살은 있을 수 없는 왜곡”이라며 “증언은 명백한 과장과 조작이 있는데, 이를 용인한 것은 유공자에 대한 사법부의 국가폭력”이라고 일갈했다.

지난 3월9일 국방부는 “실체적 진실에 입각한 항소심 판결이 내려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며 항소했다. 국방부는 “‘민간인학살’이라는 사실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2월17일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우리 장병들에 의해 학살된 사실은 전혀 없다”라며 “당시 자료를 모두 확인한 결과 ‘민간인학살’ 관련 내용은 찾을 수 없었다”라고 설명했다.

참전자회가 제기한 의혹

이화종 참전자회 회장은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참전자회의 입장·의견·진술 나아가 참여까지 배제됐다”라며 “전시 혹은 군사 작전의 경우 국제사법재판소에서 국가 간의 합의 하에 판결하게 돼 있는데, 이 점이 이뤄지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회장은 “베트남 정부의 초청으로 지난해 11월에 호치민 묘소에서 정식 의전을 받았다”라며 “최근 보고를 받았는데, 베트남 정부 측은 오히려 (민간인학살 재판과 관련해)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라고 전했다.

이어 “6.25전쟁도 마찬가지고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전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민간인이 피해를 안 입을 수는 없다. 그런 부분에서는 사죄할 수는 있지만, 학살이라는 말은 차원이 틀리다”라며 “저항 능력이 없는 사람을 고의적으로 70여 명을 한곳에 모아 학살했다는 증거는 응우옌티탄 씨의 주장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사실 확인이 가장 중요한데, 전쟁에 참여했던 우리 군인들의 입장을 같이 들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진술된 내용을 보면 그쪽 주장을 근거로 변호사들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형평성에 맞춰 여러 증거를 명확히 분석해 판단했을 때, 그런 일이 있었다면 사과할 수 있는 일이지만, 재판 과정에 접근조차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응우옌티탄 씨가 8살 때 총에 맞았고 학살현장을 목격했다고 하는데, 총알이 날아오는데 정확히 한국군, 미군인지 판단할 수 있겠는가, 또 증거로 제출한 총상 사진을 보면 회전하는 총알에 맞은 흉터라고 보기 어렵다. 총상은 일자로 흉터가 생기지 않는다”라며 “심지어 미군 보고서에도 밝혀진 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응우옌티탄 씨 측 법무 대리인은 “사실관계가 사법부에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은 전쟁 책임에 눈 감고 있는 일본과 다르지 않은 모습”이라며 “정부가 할 일은 항소가 아니라 학살의 진상 규명과 책임지는 자세”라고 밝혔다.

“미흡한 재판 과정”이라는 주장과 “일본과 달라 깊은 의미”라는 평이 대립하는 가운데, 여론은 향후 남은 재판 과정에서 더욱 명확한 사실관계와 책임 소재가 밝혀져 분명한 진실 규명이 밝혀지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