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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토교통부, “민자도로통행료 인하”발표 …재원확보 ‘오리무중’

국토부 “데드라인 정했다”… 10월부터 ‘무조건’ 통행료 인하?

2023-04-10     이창환 기자
영종대교. [신공항하이웨이주식회사]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올해 안에 인천대교와 영종대교의 통행료 인하 계획은 없다던 국토교통부가 돌연 ‘영종‧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다른 민자 고속도로 대비 투입 공사비 등 자금 규모가 커 민간사업자의 손실 보전 등을 위한 자금 마련이 어렵다던 국토부였다. 하지만 지난 2월28일 별안간 인하 계획을 발표하며, 오는 10월부터 영종대교의 통행료를 절반 이하로 낮추겠다는 의지를 표출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선투자를 통해 재무 부담을 져야하는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난감한 입장. 당장은 국토부 발표로 마지못해 끌려가는 분위기지만 재원확보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한국도로공사 금융부채 30조 원 넘는데 …선투자 하라고? 
멱살 거머쥔 국토부, 인천국제공항공사‧한국도로공사 ‘끙끙’

2018년 8월27일 당시 문재인 정부는 경제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민자도로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통행료 관리 로드맵’을 발표했다. 재정 고속도로 대비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를 낮춰 국민 부담을 경감시키겠다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이는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17년 민자사업인식도 조사에 의한 것이었다. KDI는 “일반국민 대다수(82.8%)가 민자사업을 통해 건설된 SOC(사회기반시설) 사용료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고속도로 이용자 입장에서 동일한 고속도로임에도 불구하고 민자‧재정 고속도로 간 요금 차이가 주된 반감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당시 관계장관회의를 거쳐 재정 고속도로 대비 평균 1.43배에 이르는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 계획을 세웠다. 2018년 발표된 계획은 2022년까지 총 4년간 대부분의 민자 고속도로 통행료를 평균 1.1배 수준까지 감축시키는 결과를 얻어냈다. 

하지만 약속했던 기한이 모두 지나고 2023년이 됐지만, 해당 로드맵이 구성될 당시부터 각종 언론과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영종대교와 인천대교의 통행료는 여전히 2.28배와 2.89배 수준을 각각 유지하고 있는 상황. 

일요서울은 지난 2월17일 ‘국토부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영종대교 및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요서울신문 제 1504호 참조) 그로부터 단 열흘 만에 윤석열 대통령은 “영종·인천대교 통행료와 관련해 전 정부의 약속이라도 국가의 약속”이라며 “수도권 국민을 위한 접점을 조속히 강구 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국토부는 즉시 화답해 이튿날이던 지난 2월28일 “영종‧인천대교에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공항공사가 공동으로 先투자할 것”이라며 “민자고속도로의 사업기간이 종료(영종대교 2030년12월 / 인천대교 2039년10월)된 후 공공기관이 운영하면서 투자금을 회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로공사, 금융부채 30조 원…인천공항, 코로나19 여파

문제는 두 곳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 인하를 위해서는 당장 3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인천공항공사)도 한국도로공사(이하 도로공사)도 지금 당장 자금 투입에는 혀를 내두르는 상황이다. 

도로공사와 인천공항공사는 이미 수년간 부채와 손실규모 확대 등으로 부담이 포화상태다. 손실과 부채 규모가 국내 공기업 가운데서도 눈에 띌 만큼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양 공사를 불러들여 영종대교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한 자금 투입에 나설 것을 종용하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지난 3년 동안 국제선이 급감하면서 인천공항 이용률이 97~98% 감소했다. 바꿔 말하면 2~3% 운용률로 버텨왔다는 의미다. 이에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단 3년 동안 순손실만 1조8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역시 손실 규모가 크고, 아직 정상화는 바라보기 힘든 상황이다.

도로공사는 더 심각하다. 2018년 금융부채가 25조9000억 원에 이르던 것이 2021년 30조9000억 원까지 무려 5조 원이 늘었다. 이는 기존 도로 유지부터 개량 및 개선을 위한 비용도 포함되지만, 도로건설 투자비와 더불어 천안논산고속도로와 대구부산고속도로 등 민자 고속도로에 자금을 투입해 통행료 인하를 실천하면서 더욱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하’ 계획 발표하고 억지 부리는 국토부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앞서 지난 2월28일 계획안을 발표하면서 “영종대교 통행료를 오는 10월부터 편도요금 기준, 현행 6600원에서 3200원으로 낮추겠다”고 밝혔다. 또 “인천대교 통행료는 오는 2025년 말까지 기존 5500원 2000원까지 인하하겠다”고 방안을 설명했다. 풀어보면 재정 고속도로의 1.1배 수준으로 맞추겠다는 계획이지만 재정 확보가 가장 큰 문제. 

이에 대해 국토부는 공항정책과 관계자는 지난 6일 취재진에게 “지난 2월말에 계획을 발표하고 나서 도로공사와 인천공항공사와 함께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했다”라며 “통행료를 어떻게, 언제 인하할 것인지 세부방안을 마련해 민간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이를 시작으로 통행료 인하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양 기관이 투자를 분담하기 위해 (이에 앞서) 오늘(6일) 결정한 사항이 있다”라면서 “이제부터 공공기관 예비타당성 조사나 민자투자심사위원회를 거치는 절차를 두고 진행 방향 등을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타당성 조사는 앞으로 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에 따르면 앞으로 양 공사가 어떻게 자금을 확보하고,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지 등의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민자 도로 사업자와 협상을 통해 손실 보증금에 대한 지급 방안 등에 대한 협의도 차순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협의가 마무리 되면 KDI의 민자투자심의위원회 등의 심사를 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자금 계획 없는데, 이미 정해진 ‘데드라인’

즉,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것은 없다는 의미다. 도로공사는 7일 취재진에게 “국토부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자금 확보가 어느 정도 될 수 있는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도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답했다. 

인천공항공사 역시 “기본 틀만 논의가 됐을 뿐, 내부적으로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면 좋을지 구체적인 검토가 진행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 “관계 기관 협의가 이뤄지더라도 각 기관 내부적으로도 구체적인 사안은 내부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말 그대로 각 기관의 관련부서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협의체는 구성됐지만, 이를 통해 논의되고 협의된 사항이 최종 결정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각 기관의 역량에 맞춰 내부 검토나 추가적인 논의 및 조율도 필요하고, 국토부가 예측했던 비용 인하 수준에 맞추기 위한 연구조사도 필수다. 이를 위해 교통연구원도 나서서 검토 및 연구조사 등으로 서포트할 예정이다. 

즉 지난 2월28일 국토부가 부랴부랴 오는 10월부터 영종대교 통행료 인하를 시작으로 오는 2025년까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마무리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지만, 정작 자금을 내놔야 할 두 곳의 공사는 어리둥절한 상태다. 

공사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국토부의 짜 맞추기 계획에는 예하 공공기관으로서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장 자금 확보 계획도 없고 그 방법은 더더욱 오리무중인데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그에 맞추라고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하는 시늉만 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데드라인이 이미 정해진 거라 저희도 그걸 맞추기 위해서 지금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영종대교와 인천대교를 위해 선투자를 언급했지만 자금 마련 방안도 아직 없고, 더욱이 통행료 인하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마련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4년을 넘게 미뤄왔던 일에 ‘데드라인’을 정해두고 수개월 뒤에 갑자기 실행하겠다고 하니, 과연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