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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사보도] 얼룩진 여의도의 봄… 한강공원 끼고 서울시 vs 노점상 대립

서울시 “최소한의 도리 지켜야”, 시민단체 “졸속행정” 한강공원 노점상, 생존권 투쟁하며 거센 반발 서울시, 노점 측 입장 전면반박·사실무근

2023-03-13     박정우 기자
'민주노점상 전국연합'의 시위현장. [박정우 기자]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민주노점상 전국연합(민주노련)’이 지난 6일 여의나루역 인근을 점거하고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서울시)’를 강력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서울시 측은 시민의 안전을 고려해 노점 상인에게 판매 장소 이동을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거부하면서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노점의 수는 5400여 곳으로 조사됐다. 이중 무허가 노점이 66%로 전체의 3분의 2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자치구별로는 종로구가 가장 많았고 중구, 동대문구 순이다.

서울시는 2018년부터 노점 허가제 지침을 발표해 2019년부터 운영 중이다. 무질서한 노점을 정비해 보행권을 확보하고, 불법으로 운영되던 노점을 합법화하겠다는 취지다. 강제성은 없으며, 자치구가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자치구 대부분 서울시 지침에 따라 운영되고 있지만, 4곳은 허가제를 시행하지 않았으며, 신규 사업자를 받지 않는 자치구도 많았다. 노점을 점차 줄여가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

종로구와 중구는 노점의 무질서한 난립을 막고, 임대·매매를 근절해 ‘기업형 노점’을 제한하는 ‘노점 실명제’를 추진하고 있다. 서대문구는 공공임대상가에 노점을 이전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동대문구는 특별사법경찰 제도를 도입해 불법 노점을 강력 단속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자치구마다 노점 정책·규칙이 달라 형평성이 문제 제기될 여지가 있다. 도로 하나를 끼고 합법과 불법으로 나뉠 수 있는 상황이다. 보통 허가는 재산과 도로 기준에 따라 승인되는데, 재산 기준도 자치구마다 4억~4억5000만 원 등 다르며 기준을 세워두지 않은 곳도 있다. 

얼룩진 봄맞이 될까… 한강공원 노점 거센 반발

‘민주노점상 전국연합(민주노련)’은 지난 6일부터 “영세노점상 말살, 서울시 규탄” 구호를 제창하며,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한강사업본부는 판매 장소 이동을 요구했지만 이들은 “새로 부임한 센터장의 뜻에 따를 수 없다”며 이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민주노련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안전을 핑계 삼아 현재 노점의 장소 이동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졸속행정”이라며 “현 위치(한강공원 입구)에서 길가로 이동하면, 보행자에게 훨씬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점상 대부분이 5~15년을 같은 곳에서 장사한 사람들이다”라며 “시청에서 새로 임명한 센터장보다 이 바닥의 생리를 더 잘 안다. 우리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의 안전을 위해 이동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논쟁 중인 노점 위치. [박정우 기자]

현재 논쟁이 붙은 장소는 여의나루역 2번 출구 앞 한강공원 입구 쪽 계단이다. “안전을 위해서”라는 서울시 측과 “더 위험하다”는 노점상 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자 민주노련 측은 한강공원을 방문한 오세훈 서울시장과 짧은 면담을 가졌다. 

민주노련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과 직접 대면해 문제 상황을 설명했다”며 “향후 운영에 관해 면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오 시장은 한강공원 반려인·반려견 임시쉼터 조성과 관련해 지난 2일 여의도 한강공원을 방문한 바 있다.

‘배려’ 중인 서울시, 전혀 다른 입장 관계

서울시 관계자는 민주노련의 주장에 대해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노점 측이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우선 판매 장소 이동 요구와 관련 “(노점이) 여의나루역 입구와 한강공원을 통하는 공간에 위치해 있어 유동인구가 많아 더욱 위험하고, 보행에도 지장이 생긴다”며 “(노점상들이) 근처에 화장실이 있기 때문에 물과 전기를 끌어올 수 있고, 사람도 많은 장사가 잘 되는 구역이라 이동하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사실 전부 위험하다. 애초에 한강공원에서 취사, 가스사용은 금지돼 있는데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판매 물품이나 가스통 등을 그대로 놓고 가 미관상으로도 문제지만 안전사고 발생 시 치명적일 수 있다. 주차장 한 가운데서 1년 내내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노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심지어 이들은 대부분 불법 노점이지만, 영세상인의 생존권을 존중해 최소한의 조치인 과태료 5만 원만 부과하고 있다”라면서 “불법적인 가스사용의 경우 100만 원의 과료를 부과하게 돼 있다는 것을 알아주길 바란다. 실제 400건 이상 과태료를 미납 중인 상인도 있다. 최소한의 세금은 내면서 영업하는 도리를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나아가 민주노련 측은 ‘용역 깡패 즉각 해체’를 외치고 있지만, 서울시 관계자는 “용역을 이용해 철거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이동할 장소도 정해준 적이 없다. 단지 유동인구가 많은 그 지역만 피해달라는 것”이라 주장했다.

현재 한강공원에는 합법적으로 등록된 노점상도 존재하나 입구에 위치한 미등록 노점에 가려 매출이 감소하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합법 노점만 세금을 내는 등 불평등한 상황에 처해 있다. 이런 이유로 이미 많은 민원이 제기된 상태다. 민주노련 측과 서울시 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봄을 맞이하는 여의도에는 여전히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