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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취재] 담배보다 쉬운 마약 구매… 무방비로 노출된 사람들

‘마약과의 전쟁’ 언제?… “당신도 마약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마약공화국 오명… ‘나도 모르게’ 중독되는 사람들 타의 투약 피해, 즉각 신고하고 중독재활센터 방문 필요

2023-02-06     박정우 기자
압수한 마약들. [뉴시스]

[일요서울 | 박정우 기자] 판매처와 구매 조건이 명확한 담배와 달리 ‘마약’은 불법이지만, SNS상에서 무분별하게 거래되고 있다. ‘마약과의 전쟁’이 선포됐지만, 여전히 마약 흡입과 자신도 모르게 투약되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마약 반입 단계에서 차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내 유통·거래 적발도 시급하다.

윤태식 관세청장은 지난 2일 “우리나라는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지 8년이 지나 이제는 마약 소비국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윤 청장은 “올해를 ‘마약과의 전쟁’ 원년으로 삼고 모든 가용수단을 총동원해 마약과의 전쟁에 임할 것”이라며 “마약 밀반입을 국경 단계에서 막기 위해 빈틈없는 차단망 구축, 마약 청정국 지위 회복 등 국민 안전보호에 앞장서겠다”라고 강조했다.

관세청은 마약밀수 단속 종합대책으로 ‘마약밀수 상시단속체계 구축’, ‘마약 등 불법물품 반입차단 중심으로 통관검사체계 전환’, ‘국내외 민간기관과의 긴밀한 협업체계 구축’, ‘인력·조직·장비 단속 인프라 근본적인 보강’ 등 4대 전략과 12개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반입 단계 차단도 중요하지만, 국내 유통·거래 적발 및 경로 근절 또한 시급해 보인다. 일요서울 취재 결과, 담배를 구매하는 것보다 마약을 구매하는 게 손쉬운 정도였다. 

마약 거래 ‘현장 이야기’, 10·20대가 주로 구매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 응한 브로커 출신 채 모(42) 씨는 “마약은 거래 시 떨, 빵, 고기, 캔디, 풀피리, 아이스, L 등의 은어로 불린다”라며 “대마초, 코카인, 펜타닐, 필로폰, LSD 등을 거래할 때 사용한다”라고 설명했다. 채 씨는 “마약을 구매하는 데 필요한 건 단지 ‘텔레그램(러시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 뿐이다”라고 말했다. 

텔레그램은 카카오톡과 같은 SNS 채팅 프로그램이지만,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 대화내역을 수사기관에 공개하지 않아 불법적인 용도로 다수 이용된 바도 있다. 소위 ‘n번방’이라 불리는 성착취물 제작 및 유포 디지털 성범죄 사건 또한 텔레그램을 중심으로 음란물 생성과 거래가 이뤄졌었다. 

텔레그램에서 마약과 관련한 은어를 검색한 후 IP 우회 프로그램을 통해 인터넷 사이트를 몇 차례 들어가다 보니 브로커와 접촉할 수 있었다. 거래는 가상화폐(비트코인 등) 거래소나 무통장 입금을 통해 선입금 후 마약을 전달받는 식으로 진행됐다. 몇 번의 검색만으로 바로 구입할 수 있을 만큼 절차가 간단해 20대는 물론 10대도 아무런 제재 없이 구매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브로커 출신 한 모(31) 씨는 경찰의 수사망을 피하려고 ‘던지기’라는 수법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던지기란, 입금 내역이 확인되면 판매자가 정한 장소에 물건을 두고, 구매자에게 위치를 알려줘 가져갈 수 있게 하는 수법이다. 

한 씨는 “직접적인 거래 현장이 드러나지 않아 (거래) 도중에 검거될 일이 없다”라고 자랑하듯 말했다. 이어 “보통 브로커의 경우 많으면 하루에 수천만 원, 한 달에 수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라며 “‘던지기’를 수행하는 딜러에게는 대기업 연봉을 지급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마약도 제공해주며, 3~4시간 정도만 일(던지기)을 하면 된다. 그래서 이 일을 하려는 사람들이 많고, 경찰 적발 시에도 ‘꼬리 자르기’가 어렵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결국 마약 총책인 브로커는 수사망에서 상당히 자유로운 상태라는 설명이다. 

마약을 밀수하는 경로에 대해서는 “보통 등기우편으로 미국, 베트남 등지에서 저렴하게 공수해 온다”라며 “SNS에 능숙한 젊은 세대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이용하다 보면, 한 번쯤 마약을 권유받거나, 접촉할 기회가 생기게 된다. 이후 접근은 수월하게 이뤄진다”라고 설명했다.

주위 권유에서 시작, 타의 투약 피해도 다분

투약 경험이 있었다는 장 모(27) 씨는 “마약을 접하는 건 쉬웠지만, 막상 처음 투약하려고 할 때는 용기가 나지 않았었다”라면서도 “주변의 권유가 이어지면 어느 순간 너무나도 쉬운 일이 된다”고 경험담을 전했다. 장 씨는 ‘홍대’ 소재 다수의 클럽에서 종종 마약 권유가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도 권유로 처음 접한 이후 매일 마약을 쫓게 됐다”라며 심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여성들은 쉽게 권유받으며, 원치 않게 복용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라면서 “그런 경우를 ‘퐁당’, ‘몰래뽕’이라고 부른다. 술이나 음료에 몰래 타더라도 마셨을 때 알 수 없고, 이상한 기분이 들면 상대방에 대한 호감으로 착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이를 이용해 성관계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서울 강남 소재 클럽에서는 술자리에서 몰래 마약을 섞은 술을 피해자에게 먹인 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용산 소재 클럽에서는 숙취해소제라고 속이고 엑스터시를 먹게 한 경우도 있었다. 타의 투약 사례는 법원 판결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전주지법이 지난해 성관계를 목적으로 상대방의 커피에 필로폰 0.02g을 몰래 투약한 피고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청주지법은 커피에 필로폰 0.04g을 섞어 마시게 한 가해자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인천지법은 마약 섞은 맥주를 마시게 하고 강간미수 가해자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발 방지 치료 시급 "브로커부터 뿌리 뽑아야"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관계자는 취재진에게 “국내 마약중독자의 수는 법적으로 처벌받은 인원보다 그렇지 않은 인원이 훨씬 많으며,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국내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은 강화되고 있지만, 치료 및 재활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중독재활센터가 많이 만들어져 중독자·피해자들이 재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중독재활센터에 방문하면 마약 종류나 중독의 수준에 따라 차이를 두어 단약교육 프로그램이나 심리상담, 자조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 정신적인 중독이 심한 경우 중독전문병원이나 재활입소시설을 안내받을 수도 있다. 위의 관계자는 타의로 마약 투약을 당할 경우 “바로 신고해야 한다”라며 “감추는 경우 나중에 타인의 권유에 응해 마약을 복용했다는 증거가 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투약 현장을 목격한 바 있다는 정 모(44) 씨는 “밀반입 마약을 전부 막을 수는 없다. 그래서 SNS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고, 대처방안 마련이 가장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브로커였던 황 모(33) 씨는 “잡혀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고, 처벌이 강화돼도 구매자가 넘치니 (브로커들이) 별로 걱정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