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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RA’ 현대차 위기일까…실적 평가 및 전망 엇갈린 이유는

미국 내 ‘한국차’ 하이브리드 모델이 실적 상승 이끌어

2022-10-10     이창환 기자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도입으로 국내 산업계의 주력 업종 가운데 하나인 국산 전기차의 미국 수출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는 가운데 산업통산자원부 등 관련 부처와 산업계가 직접 나서서 미국 정부와 대안을 논의하고 있다. 당장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판매하고 있는 두 곳은 IRA 도입으로 미국 정부가 내걸어둔 세제 혜택으로부터 배제되면서 사안에 촉각을 집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 등의 지난달 미국시장 판매 실적을 두고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IRA 도입이 발표된 현 시점에서 현대차의 미국 시장 판매 전망을 낙관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모인다. 

尹에 보낸 바이든 친서 “한국의 우려 충분히 공감, 이를 고려한 논의 지속”
현대차 미국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11% 증가, 기아도 6.4% 상승한 것

지난 4일 현대차그룹의 9월 국내외 판매실적이 공개되자 일부 언론이 앞장서서 “인플레이션 감축법 우려가 현실이 됐다”는 기사를 냈고, 이내 다른 언론사들도 같은 맥락으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지난 8월 말 IRA가 본격 발동된 이후인 지난달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일부 감소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됐다. 증권가에서는 향후 IRA에 의한 국산 전기차의 피해를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의 판매 실적을 두고 언론과 증권가는 미국 시장 판매 성적표를 따로 뽑아내고 그래프 분석에 나섰다.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향후 전망치를 내놓기 위해서다. 현대차가 생산·판매하는 전기차 아이오닉5는 지난달 1306대 판매됐다. 앞서 8월 대비 14%, 7월 대비 30% 줄어든 수치로,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풀이됐다. 기아의 EV6도 1440대 팔리면서 각각 7, 8월 대비 20% 수준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같은 실적을 두고 다른 풀이가 나오기도 했다. “IRA 여파에도 판매 실적 상승”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실제로도 현대차의 지난달 미국 시장 총 판매량은 5만9465대로 전년 동월 대비 11%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이끌고 있는 투싼의 경우 31% 증가한 1만2971대 판배됐고, 싼타페 역시 9192대 판매로 40% 상승이라는 실적을 보였다. 3분기 누적판매 역시 지난해보다 3% 증가한 18만4431대를 기록했다. 

기아도 저년ㄴ 동월 대비 5만6270대 판매로 6.4%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9월 판매 기준 역대 최고의 기록이다. 역시 하이브리드 모델을 앞세운 쏘렌토가 7350대를 판매하며, 79% 증가세를 보였다. 스포티지 역시 88% 증가한 1만2412대 판매됐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7일 일요서울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 법안에 서명하고부터 해당 법이 실시되고 있는데, 현재 판매 실적은 계약일 기준, IRA 발동 이전에 계약된 차량일 것”이라며 “이전에 계약한 차량은 기존과 동일하게 보조금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실적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IRA 이후 보조금 지원이 없는 계약 물량이 얼마나 될 지는 점점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도체 부품 수급 문제 등으로 현재 기준, 고객 인수되고 있는 차량은 IRA 발동 이전에 소비자들이 계약한 물량이기에 보조금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당장은 실적이 괜찮은 이유다. 하지만 앞으로는 IRA 발동 이후 현대차나 기아의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에게 보조금 지원이 어려워지면서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하다는 설명이다. 

지난 8월 IRA 발동에 사인하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중간선거 앞둔 美 정치권, 한국 전기차 기회 줄까?

반면 여전히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 등 국산차 판매가 양호한 실적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지금 당장 전기차 판매 비중이 크지 않아서인데, 앞서 지난달 실적을 이끌었던 싼타페 하이브리드 등 하이브리드 모델을 포함한 내연기관 차량의 판매는 실제로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내연기관 모델의 판매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실적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는 것이 맞지만 전기차 보조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여건 내에서의 미래 전망은 불투명하다. 전 세계적인 전동화 추세에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가 확대되면서 IRA에서 배제돼버린 현대차의 판매 전망을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 정부와 국회까지 나서서 IRA에 대해 유감을 표했고, 대안 논의 및 미국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어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상·하원도 나서서 해당 법안을 두고 재고의 여지를 보이고 있다. 오는 11월8일 중간 선거를 앞둔 시점에 해당 사안이 미국 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울질을 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부 하원 의원들은 한국 정부와 기업에 호의를 드러내며 IRA 법안으로 동맹국인 한국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기도 하다. 공화당 소속 버디 카터 하원의원은 지난달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IRA에 한국 업체를 제외한 것은 큰 실수”라며 “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이며, 미국 교역량 6위인 주요 우방이 소외감을 느끼게 만든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산업부는 지난달 29일 “IRA 법안이 비밀리에 논의돼 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없었던 어려움이 있었으나, 법안 공개 직후부터 미국 자문회사 등을 활용해 법안 내용 및 진행 동향을 지속 파악하고 있다”라며 “미중 갈등, 공급망 위기 등으로 미국의 정책, 입법 동향 파악이 중요해지고 있어 대미 모니터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지속 강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尹에 보낸 바이든 친서 후… IRA 세부 규정 만들면 한국은?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IRA 관련 친서를 지난 4일 보내왔다”라며 “친서에서 IRA 관련 윤석열 대통령의 우려를 잘 알고 있으며, 한미 간 솔직하고 연린 마음으로 협의를 지속할 것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친서 내용은 양국 대통령이 런던과 뉴욕 등에서 만나 IRA에 대해 논의한 것을 토대로 작성됐으며, 한국 기업에 대한 배려가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미국 재무부와 국세청 등은 곧장 IRA의 세제 혜택 등과 관련 이해관계자의 의견 등을 청취하고 세부 내용을 포함하는 가이드라인 구상에 들어갔다. 오는 11월4일까지 각각의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며, 재무부의 ‘차량 공제’ 관련 보조금 지급 등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과정을 거쳐 IRA 가이드라인은 올 연말 나올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친서가 전달된 뒤 미국 정부가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선 것을 두고 한국 정부의 의중이 일부 반영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미국 중간선거 직전에 해당 내용이 마무리되는 만큼 한미 간의 관계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풀이도 나온다. 

한편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수치로 실적을 비교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면서도 “지난 7월, 8월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난 9월 실적은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할 때 증가한 것으로 보여진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IRA에 대해서는 기업 단독의 문제가 아닌 만큼 관계 부처 등 정부의 대응을 기다리는 입장이라는 조심스러운 답변을 전했다. 

지난 9월 뉴욕에서 만난 한미 정상.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