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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비즈니스인사이트] 글로벌 농업 위기의 해결사 ‘디어’

2022-06-24     김형배 바바리안리서치 연구위원

얼마 전 UN은 세계 곳곳에서 식량 위기가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만으로도 벅찬데 세계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마비되며 상황은 하루하루 악화일로다.

자연스레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거나 위기가 기회로 작용하는 기업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관련 기업들 중 가장 부각되는 업체는 ‘디어’다. 글로벌 농기계 시장 점유율 약 30%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으로서 문제 해결과 전화위복 모두 해당되며 기타 호조들도 즐비하기 때문이다. 3가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첫 번째 포인트는 농기계 대세 사이클 진입과 넘치는 수요 증가 요인들이다. 미국 농기계 시장은 농기계 평균 수명인 15년에 맞춰 사이클을 겪는데 현재 2016년 바닥을 치고 꾸준히 위로 올라오는 시점이다.

특히 핵심 농기계인 트랙터와 콤바인은 20년 평균 연간 판매량인 5천대와 9천대를 각각 초과하는 시점부터 5년간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이른바 대세 사이클에 진입하는데, 2022년 이 수치 도달이 유력하다. 미국의 중고 4륜 트랙터와 콤바인 재고가 매우 낮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신규 주문량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농기계 수요 증가 요인들도 가득하다. 미국 농기계 판매(농장주들의 투자)는 농가 수입과도 비례하게 움직이는데,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이 비료, 농약 등의 가격 상승을 상쇄하며 농가는 연초 예상보다 높은 수익이 예상된다.

한편, 미국 농무부가 발행하는 월간 세계 농업 수급 전망 보고서(WASDE)에 따르면 전세계 곡물 소비량은 인구 증가 및 개도국 생활 수준 개선과 함께 매년 2% 이상 증가하지만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만성적 부족 현상에 직면한다. 가뭄 등 기후 변화의 악영향은 물론, 경작지와 농업 종사자 감소라는 사회적 요인 때문이다. 더 많은 생산량을 위해 첨단 농기계의 필요성은 더욱 강조되기 마련이다.

두 번째 포인트는 하드웨어(기계) 기업에서 소프트웨어(IT 기술) 기업으로의 진화다. 디어는 매년 연구개발에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최근 5년간 약 7조 원을 들여 12개 기업을 인수하며 첨단 기술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파종기에 GPS(위성위치정보시스템)를 부착한 ExactEmerge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보다 정확한 위치에 더 빠른 속도로 씨앗을 심을 수 있다. 인공지능이 0.02초 내에 농작물과 잡초를 구분해 잡초에만 제초제를 도포하는 See & Spray 기술과 정교한 스프레이 노즐 제어 기술 ExactApply는 제초제와 비료를 정량만 꼭 필요한 곳에 뿌릴 수 있게 돕는다.

화룡점정은 2022년 가을부터 시범 판매에 나서는 자율주행 트랙터가 찍게 될 것이다. 현존 농기계 중 최고의 자율주행 기술을 자랑하는 이 모델은 조종석에 사람을 앉히지 않고 24시간 작동 가능하며, 휴대폰 앱을 통해 간단히 작업 영역, 속도, 파종 깊이 등을 조절할 수 있다. 만성적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미국 농가들에게 자율주행 트랙터는 가장 이상적인 솔루션이 될 수 있다.

세 번째 포인트는 미국 건설장비 시장 회복이다. 디어는 농기계를 넘어 건설기계 시장에서도 글로벌 점유율 3위, 미국 점유율 2위를 확보하고 있다. 수요 측면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건설현장 정상화와 인프라 투자이다.

일본 중장비 업체 고마쓰가 매 월 발표하는 전 세계 중장비 이용 현황인 컴트랙스(KOMTRAX)에 따르면 미국 중장비 가동 시간은 2021년 대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코로나로 지난 2년간 운영에 차질을 빚었던 건설현장들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이다. 또한, 2021년 11월 통과된 8년 간 1조2000억 달러(한화 약 1,500조) 규모의 초대형 인프라 투자가 집행되기 시작했다.

한계를 넘은 고물가를 잡기 위한 각 국 중앙은행들의 긴축 릴레이로 경기침체가 현실화된 가운데 건설 경기에 대한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가 매년 수백 조 원 규모 금액을 기반시설 재건을 위해 투자한다는 사실은 그 무엇보다 든든한 버팀목이다. 공급 측면에서 호조가 되는 부분은 재고 감소다.

2020년부터 주요 중장비인 굴착기, 로더, 불도저 3개 장비 모두 중고 재고가 큰 폭으로 떨어졌기에 신규 주문량은 수요가 받혀주는 이상 늘어날 수밖에 없다.

물론 모든 그림이 장밋빛은 아니다. 디어는 지난 1분기 글로벌 공급망 대란에 의해 부품수급이 여의치 않아 1조 이상 피해가 발생했다. 농업강국인 러시아향 사업도 일시 중단하여 매출에 타격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 요인일 뿐이다. 농기계 시장 상승 사이클 진입과 구조적인 농산물 부족 현상, 첨단 IT 기술 기업으로의 변화 움직임은 디어를 농기계 세계 1등 기업을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잡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