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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노무현 소환한 민주당 홍보 영상 뭇매…‘일베 로고설’까지 제기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가상 노무현’ 영상에 지지층도 비판 영상 삭제했지만 ‘일베 로고’ 의혹 제기되며 논란 ‘일파만파’

2022-02-07     이하은 기자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참배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뉴시스]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가상으로 등장시킨 이재명 후보 지지 영상을 공식 유튜브 채널에 게재했다가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5일 민주당 공식 유튜브 채널 ‘델리민주’에는 ‘두 번 생각해도 이재명입니다 #노무현의 편지’라는 제목의 2분 정도 길이의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서는 가상의 노 전 대통령이 등장해 그의 생전 육성을 따라한 목소리로 “저 노무현은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며 가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나 오직 국민만을 생각하며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기득권과 싸워 이겨내는 정의로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합니다”라며 이 후보를 응원하는 메시지를 냈다.

해당 영상은 공개되자마자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미 사망한 노 전 대통령의 모습과 목소리를 가상으로 만들어내 그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후보의 지지 선언을 하게 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더구나 진보진영에서 상징성이 큰 노 전 대통령인 만큼, 여권 지지층의 비판은 더욱 거셌다. 지지율 정체 국면을 타파하기 위해 당이 중요하게 여겨 온 인물까지도 선거운동에 이용했다는 지적이 줄을 이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AI(인공지능) 윤석열’ 운영에 있어 후보 의사와 반하는 활용에 대해 규제 대상이라고 한 선관위 판단을 언급하면서 고인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영상을 게재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유권자에 혼란을 초래하는 내용을 당 공식채널에 올려 홍보한 점을 짚으며 “선관위에 이재명 후보 측의 해당 영상을 신고하겠다”고 조치를 예고했다.

한상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청년보좌역은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엽기적인 강령술 정치를 멈추라”며 “고인의 목소리를 합성해 선거 캠페인에 쓴다니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발상인가”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친여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와 민주당 당원 게시판에는 ‘이건 아니다’, ‘고인 능욕이다’라며 문제를 제기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친문 성향으로 알려진 김남훈 UFC 격투기 해설위원은 자신의 SNS에 해당 영상을 공유하며 “딥페이크 AI 어쩌고 하더니 노무현 대통령님 성대모사(?)로 이재명 지지선언? 와. 진짜 정말. 당신들”이라고 민주당 선대위의 행동에 분노를 표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민주당은 즉각 해당 영상을 삭제했다. 권혁기 민주당 선대위 공보부단장은 이에 대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영상은 민주당과 선대위에서 제작한 것은 아니며 지지자가 제작한 것”이라며 “지적이 있어 영상을 내렸고 송영길 당 대표는 해당 본부에 경고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박찬대 민주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AI와 관련된 기준의 모호성 때문에 실무자가 실수를 한 것 같고, 적절성 여부에 대해서도 판단을 제대로 못 한 것 같다”며 “특히 돌아가신 분의 목소리를 따라해서 한 부분이 의도와 관계없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조치를 내리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의 영상 삭제 조치에도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고인 이용 논란’에 이어 영상에서 사용된 로고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에서 제작된 것이라는 의혹이 추가적으로 불거진 것. 영상에 나타난 노 전 대통령의 상징인 ‘사람사는세상’ 로고 중 ‘세’의 ‘ㅅ’ 글자 윗부분이 기존 로고와 다른 형태로 나타나며 이것이 ‘일베’에서 노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로고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비난은 더욱 거세졌다. 박민영 국민의힘 선대본 청년보좌역은 영상 속 ‘일베 추정 마크’에 대한 제보를 받았다며 “민주당 내부에 진짜 쁘락치가 있는 건 아닐지 잘 살펴보셔야 할 것 같다. 자정작용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인 듯하다”고 했고, 이준석 대표도 이에 대해 “아무리 급해도 선거에 금도가 있지, 돌아가신 전직 대통령을 선거홍보에 참칭하고, 그분을 희화화하는 코알라 밈을 사용해 영상을 제작한 것은 근절되어야 할 행태”라며 지적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