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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등장, 예능 프로, 중고마켓 어플까지..." 이색 대선 캠페인 속출

코로나 대선, 비대면 선거운동 뛰어든 대선 후보들 '천태만상'

2021-12-24     이하은 기자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의 AI 아바타 '윈디'. [뉴시스]

- 최신 기술 활용한 AI‧챗봇…일각에서 ‘딥페이크’ 우려도
- 예능‧실방에 커뮤니티‧어플 등장하며 ‘친근감 있는’ 모습 강조

[일요서울 l 이하은 기자] 코로나19 사태로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위주로 한 선거운동이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진행할 수 있는 온라인 선거운동이 기존의 유세 활동을 대체할 주요 수단으로 부상했다. ‘위드코로나’ 시행으로 한동안 대선 주자들이 시민들을 직접 만나는 일정이 진행되기도 했으나, 오미크론 변이 상륙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황은 다시 악화됐다. 이에 따라 각 대선 주자들은 유권자들을 직접 만나지 않고도 친밀감을 높이고 표심을 끌어내기 위한 온라인 선거 캠페인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후보 본인과 대변인을 AI 형태로 만들어내기도 하고, 자동으로 유권자들과 채팅을 하는 챗봇이 등장하기도 한다. 방송 예능은 물론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거나 라이브 방송에 참여해 색다르고 친밀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한다. 인기 온라인 커뮤니티나 어플에 후보가 직접 등장하기도 하면서, 여러 대선 주자들은 시민들을 대면하지 않으면서도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신기술 활용한 ‘가상 인물’…실제 후보가 해내기 어려운 일 대행

여러 주자들의 경쟁 속에서도 가장 먼저 화제를 모았던 것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처음 등장한 ‘AI 윤석열’이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거의 같을 정도로 닮은 모습에, 윤 후보의 목소리로 말을 하면서도 특유의 ‘도리도리’ 제스처는 하지 않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후보 본인이 방문하기 어려운 장소에 ‘AI 윤석열’을 등장시켜 활동을 펼친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구상이다.

김동연 새로운물결 대표도 AI 기술을 이용한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김 대표는 ‘인재 영입 1호’라며 AI 대변인 ‘에이디’를 소개하는 독특한 행보를 보였다. 김 대표를 닮은 AI ‘윈디’도 선보여졌다. 김 대표는 향후 이들을 통해 자신의 철학과 메시지를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들이 만든 챗봇, ‘이재봇’도 화제를 모았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유권자의 질문에 자동적으로 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 후보의 일정을 안내하는 역할도 한다. 민주당 선대위 청년위원회는 AI 이재명을 활용한 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윤석열 후보와 이재명 후보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사람들에게 일상적인 모습을 노출했다. 이들은 SBS ‘집사부일체’를 시작으로 TV조선 ‘허영만의 백반기행’, KBS2TV ‘옥탑방의 문제아들’ 등 예능 방송에 출연해 딱딱한 이미지를 벗고 대중들에 친근한 모습을 내보이려 했다. 
영상 플랫폼의 발달로 개인 방송이 활성화되면서, 대선 주자들은 TV 방송에 그치지 않고 보다 많은 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유튜브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윤석열 후보는 평소 자신이 관심이 있는 요리 분야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첫 TV 예능 출연에서부터 음식을 만드는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램은 게스트를 초대해서 자신의 요리 실력을 활용해 직접 음식을 해 주고 대화를 나눈다는 콘셉트다. 첫 게스트로는 취업 문제를 고민하는 청년층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채널 이름로는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윤식당’ 등이 거론된다.

이재명 후보는 이전부터 자신의 유튜브 채널 이재명TV를 통해 구독자들과 소통해 왔다. 그는 때때로 사전에 촬영된 영상이 아닌 라이브 방송을 켜서 지지자들과 생생한 소통을 이어가기도 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뉴시스]

‘친밀감’ 어필하는 후보들…방송에 이어 온라인 플랫폼에도 등장

비단 방송뿐만 아니라 온라인 소통 플랫폼을 통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유권자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좁혀 가는 활동도 포착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고거래 어플 ‘당근마켓’에 자신을 매물로 내놓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른바 ‘안철수를 팝니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신청을 받아 안 후보가 시민들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온라인 ‘철수마켓’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인기 어플에서도 선보여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

안 후보는 의사 경력, 교수 경력, 마라톤 경험 등을 통한 자신의 특기를 소개하며 아이돌봄, 전단지 배포, 귀갓길 동행 등을 예시 서비스로 표기했다. 그러면서 채팅으로 원하는 서비스를 신청받는다고 적었다.

국민의당은 또 온라인 플랫폼 ‘폴리버스 캠프’를 개설해 색다른 소통을 시도하기도 했다. 국민광장, 프레스센터, 민원센터, 국민방송국, 생각발전소 등으로 구성된 가상 공간에서는 누구나 접속해서 캐릭터를 생성하고 활동을 할 수 있다. 이곳에서는 안 후보 공약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됐고, 지지자들의 모임이 열리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 역시 온라인 소통 플랫폼 ‘재명이네 마을’을 개설했다. 주민센터, 파출소, 사진관, 마을버스, 커피숍 등의 코너가 마련된 웹사이트에서는 이 후보의 공약을 살펴볼 수도 있고, 이 후보에 직접 질문을 할 수 있는 게시판도 마련되어 있다.

민주당은 어플 형식의 플랫폼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구독형 콘텐츠 플랫폼으로 출시되는 ‘이재명 플러스’에서는 구독자 개인의 관심사를 반영해 이 후보의 정책 등 정보를 맞춤형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이 후보는 이 밖에도 자신에 대해 반대 성향이 강한 온라인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본인 ‘인증글’을 올리며 소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새로움만큼 우려도 실존…기술 오용‧위법 논란 등

새롭게 시도되는 이런 선거 운동은 유권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준다는 장점이 있으나, 각기 다른 허점들로 문제가 드러나기도 한다. 

AI 기술을 이용해 가상 인물을 내세우는 선거 운동은 우선 현실 속 실제 인물과 AI 가상인물이 내놓는 메시지가 엇갈릴 경우 유권자들의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또 딥페이크 기술로 만들어진 가상 인물인 만큼, 네티즌 등도 기술을 이용해 얼마든지 이 가상 인물을 조작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실제로 AI 윤석열이 소개된 이후, 온라인상에는 거친 말을 쏟아내는 ‘가짜 AI 윤석열’ 영상이 등장했다.

경쟁 상대 당인 민주당은 AI 윤석열이 실제 윤 후보처럼 ‘도리도리’나 ‘말더듬기’를 하지 않아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이미지’를 숨긴다며 항의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AI 윤석열이 선거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될지 알 수 없어 판단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까지는 AI 가상인물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향후 각 주자들의 AI 활용 방식과 이에 따른 선관위의 판단이 변수가 될 수 있다.

대선 후보가 유튜브 방송, 플랫폼 등 익명 활동이 가능한 온라인 공간에서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는 과정에서는 때때로 지나친 공격성 댓글이 나타나기도 하고, 일부 지지층이 댓글창을 ‘도배’하며 분위기를 좌지우지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당과 후보가 플랫폼의 특성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 채 활동을 했다가 운영진 측으로부터 제지를 받는 일도 벌어진다.

이재명 후보는 ‘소통’을 하겠다며 ‘에펨코리아’에 글을 남겼지만, 이 후보에 대한 비토 정서가 강한 해당 커뮤니티 특성상 비추천이 7000건이 넘게 찍히며 반발만 일어났다. 또 목적성 가입과 활동, 셀프 홍보를 금지한 사이트 규정에도 어긋나는 점으로 인해 해당 게시글은 운영진에 의해 삭제 조치됐다.

안철수 후보가 당근마켓에 올린 ‘셀프 판매’ 글도 제지를 받았다. 사람과 생명은 거래가 불가한 가이드라인에 위배된 것이다. 결극 안 후보의 글은 해당 어플에서 삭제됐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온라인으로 정보를 얻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유권자들이 늘어나는 환경에서, 대권 주자들은 시민들을 직접적으로 접촉하던 전통적인 선거 유세에서 온라인 공간을 통한 유권자들과의 소통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온라인 선거 운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더 눈길을 끌어 보려는 경쟁 속에서, 각 후보들은 신기술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이색 선거운동’을 선보이는 일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마땅한 가이드라인이 없는 기술 활용이나, 온라인 공간의 특성을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섣부르게 활동에 뛰어드는 모습에는 우려의 시선도 있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온라인 공간에서, ‘새로운 시도’와 ‘절제’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