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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부모찬스' 초중고생 집사는데 수천억...약 60% 증여 조달

미성년자들의 주택 쇼핑, 3년간 ‘14만 건’

2021-10-22     양호연 기자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 10대 이하 미성년자들의 주택 구입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주택을 구입한 미성년자들이 비록 경제활동을 한다고 해도 하늘을 치솟는 주택구매자금을 마련하기란 여간 쉽지만은 않은 듯하다. 이렇다 보니 이들 중 대부분은 ‘부모찬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자산 양극화 논란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른바 ‘금수저’를 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또다른 일각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비단 ‘금수저’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부동산 정책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우선시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부동산 자산 대물림으로 인생 출발선부터 자산 격차”
-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다급해진 마음...대비책일 뿐”



최근 3년 사이 19세 이하 미성년자의 주택 구입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스로의 힘으로 주택구매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운 미성년자들 중 대부분은 ‘부모찬스’를 이용한 경우가 많았다.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회재 의원이 한국부동산원으로부터 받은 ‘연령대별 주택 구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10대 이하(1∼19세)의 주택 구입 건수는 2006건, 거래금액은 총 3541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대비 대폭 증가
“대물림‧투기 근절해야”
“‘또 하나의 준비’ 방식”


부동산원은 2019년부터 주택매매거래현황을 연령대별로 구분해 발표하고 있다. 다만 10대 이하(1∼19세) 현황은 따로 공개하지 않고 20대 이하(1∼29세)에 포함시켜 공개한다. 10대 이하의 주택 구입은 2019년 332건에서 지난해 728건으로 2.2배 증가한 데 이어 올해는 8월까지 946건으로, 이미 작년 전체 거래량을 넘어섰다. 올해 8월까지 거래 건수는 작년의 1.3배, 재작년의 2.8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10대 이하의 주택매매금액은 2019년 638억 원에서 지난해 1354억 원으로 2.1배 증가했다. 올해는 8월까지 1549억 원으로 역시 작년 전체 거래금액을 뛰어넘었다. 20대 이하로 연령대를 넓혀서 보면 이들의 주택거래는 2019년 3만5270건에서 지난해 6만1919건으로 늘었고, 올해는 8월까지 4만4662건으로 집계됐다.

8월까지 추세대로라면 올해도 작년 수준을 넘길 전망이 우세하다. 20대 이하 주택거래금액은 2019년 7조79억 원에서 지난해 15조6479억 원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8월까지 11조7048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김 의원측은 국토부의 주택자금 조달계획서를 보면 만 10세 미만 주택 구입자의 59.8%가 증여로 주택자금을 조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가족 찬스’를 통한 부동산 자산 대물림으로 인생의 출발선부터 자산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미성년자 편법증여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부동산 감독기구를 조속히 설치해 불법투기 등을 걸러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자산 대물림으로 인한 자산 격차에 대한 근절 지적은 이른바 ‘금수저’ 논란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부동산 자산 대물림 현상이 비단 특정 사례에 해당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주장한다. 집값 등 부동산 가격 폭등에 대한 불안감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또 하나의 준비’로 여겨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주요 포털사이트와 부동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미성년자 이름으로 부동산을 구입하거나 증여하는 등과 관련한 질의응답 및 토론 등이 이어지고 있다.

본지가 만난 경기도 광주시 거주 이모씨도 초등학교 2학년 딸을 위해 주택 증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모씨는 “6년 전 치솟는 집값을 감당하지 못하고 경기도 광주시에 아파트를 한 채 구매했는데, 이후에도 아파트값이 지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이라며 “아이 둘을 가진 상황에서 훗날에는 아이들이 감당하기 벅찰 정도로 오를 것 같아 다급한 마음에 아이 이름으로 명의를 돌릴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이전과 다르게 맘들의 연령대가 낮다보니 부동산 관련 정보들이 무척 많다”며 “경제상황이 넉넉한 편이 아니더라도 최대한 영끌하는 방식으로 이를 고민하는 엄마들이 주변에 적잖다”고 덧붙였다.

한편 부동산 불법증여로 국세청에 통보된 서울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위반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공개된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4년간(2018∼2021년 9월) 불법증여가 의심돼 국세청에 통보된 서울시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위반 건수는 총 8055건으로 집계됐다.